거짓말하는 아이 양육 지침서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무조건 안된다라고 다그치는 것보다 아이가 거짓말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대처하면 더욱 좋은데요. 아이 거짓말의 발달 과정과 대표적인 거짓말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아이 거짓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덕적인 기준이나 가치관에 따라 거짓말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아이의 똑 같은 거짓말에 엄마들마다 대처가 다른 이유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 입장에서 아이의 거짓말은 일종의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가 말간 눈으로 거짓말을 할 때 엄마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이때 아이의 거짓말을 ‘나를 속인다’로 받아들이는지, ‘어느새 저렇게 컸녜. 그런데 왜 거짓말을 했지?’라고 생각이 드는지에 따라 엄마는 대처를 달리한다.

만일 엄마가 아이의 거짓말을 배신이라고만 받아들이면 분노 때문에 적절한 훈육을 넘어설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아이도 반성하기보다 수치심과 분노를 더 많이 느낀다.

물론 아이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답이 하나일 수는 없다. 다만 아이의 거짓말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 일반적인 발달 과정을 알고 그 특성을 파악하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거짓말에는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 했다는 것은 성장의 신호이기도 하다. 거짓말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억력과 상대의 마음을 짐작 해서 읽는 능력, 즉 자신이 속인 것을 상대방이 믿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뿐 아니라 감추고 싶은 사실을 표현하지 않고 참아내는 통제력도 필수다.

한 실험에서는 5~12세 아이들에게 더 달콤한 주스와 단맛이 덜한 무가당 주스를 마시게 하고 실제 주스 맛과 상관없는 표정을 짓도록 요청했다. 실험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거짓 표정을 짓는 것을 어려워했다.

클수록 표정 관리에 능숙해지며, 상대가 기대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과 감정 표현 등 사회성이 발달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선의의 거짓말이 가능해지는 이유도 바로 이런 능력의 발달 덕분이다. 인지, 언어, 사회성 등 다양한 능력은 전두엽 등의 뇌 발달과 관련이 깊으며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어 같은 나이라도 거짓말을 시작하는 시기나 정교한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2세 ‘~하는척’ 할 수 있는 시기

거짓말을 하려면 아이가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자들마다 견해차가 있지만 요제프 페르너라는 학자는 약 2세부터 참과 거짓을 이해하며, 친사회적 거짓말에 대한 이해는 3세 무렵에 처음 나타난다고 보았다. 또 다른 학자는 4세부터 참말과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언제 참과 거짓을 구분하고 처음 거짓말을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마다 의견 차이가 있다. 다만 2세 무렵이면 바나나를 귀에 대고 전화를 받는 척하고, 빈 컵을 들이키며 물을 마시는 듯 연기를 할 수 있다.

가상놀이는 일종의 귀여운 속임수, 연기라고 볼 수 있다. 놀이로 시작되는 거짓말은 절로 부모를 미소 짓게 만들고 환영 받는다

3세~4세 혼나지 않기 위한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 시작

학자들마다 의견 차이가 있으나 의도를 갖고 하는 거짓말은 만 3세 무렵이면 시작된다고 본다. 이때는 남을 속여 넘기려 한다기 보다 혼나지 않기 위해 무심코 거짓말을 내뱉는다.

아이 나름대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엄마가 크게 화를 내거나 계속 추궁하면 오히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잡아떼거나 거짓말하는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 시기는 일명 하얀 거짓말, 즉 선의의 거짓말을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3~11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망스러운 선물인 비누를 주고, 실험자가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이후 실험자가 없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다시 물었다. 실험 결과 77%의 아이들은 실험자에게는 선물이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부모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고는 싶지만, 예의를 지켜야 하는 상황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5세~6세 그럴싸한 거짓말과 유머를 섞어 부풀리기

만 5세 무렵이면 거짓말의 각본이 탄탄해지고 연기력도 좋아진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발달하고 표정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 이외에 친구, 형제자매, 선생님 등 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 나름의 ‘처세’가 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더 사랑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능청스러워진다.

한편으로는 한참 ‘유머’와 ‘장난’에 빠질 시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상력이 풍부해지면서 실제보다 더 과장하거나 유머를 섞어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말에 깜빡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장난감 어디 뒀어?”라는 말에 “갑자기 거인이 내 장난감을 가져갔어”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5~6세 무렵은 정서가 풍부해지는 시기다. 아이가 유머로 거짓말을 했다면 엄마도 여유롭게 그 순간을 넘기는 게 더 낫다

없는 사실을 부풀려 진짜처럼 얘기할 때

아이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눈 하나 깜빡 않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다르게 대처한다. 예를 들어 만 3~4세는 아직 현실과 상상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언어 표현이 모호하다는 점을 고려한다.

따라서 사실 여부는 확인하되 너무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거나 알려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건 거짓말이잖아”라고 따지기보다 “아,그래 엄마랑 같이 본 만화에서 그랬지. 그때 정말 재밌어 보였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5~6세라면 어떤 사건을 순차적으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오해를 하거나 어떤 소리나 장면에 놀라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큰 소리에 놀라서 “오늘 유치원 아이들이 싸웠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관심을 보이지만 “아, 친구들이 싸우는 걸 봤구나”, “아, 큰 소리가 났구나. 싸우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겠다”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할 때

아이가 다른 사람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할 때, 먼저 우기는 것인 지 속이려는 것인지 파악해본다. 소유 개념은 만 2세 무렵부터 생기기 시작하지만 만 3세 전후가 되도 아직 확실히 정립되지 않는다.

또 눈앞에 보이는 장난감이나 물건이 좋아 보여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렇게 우긴다면 “네 것도 아닌데 왜 거짓말이야?”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정말 마음에 드나보는구나.

그런데 네 것이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또 아이가 정확히 알아듣고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친구한테 잠깐 갖고 놀아도 되는지 물어보자”라고 한다. 이런 예고 없이 아이 손에서 물건을 빼내려고 하면 아이는 더 고집을 부릴 뿐이다. 다만 이때 너무 상냥하거나 달래는 듯한 말투는 효과가 적다.

어쨌든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만일 5~6세 무렵의 아이가 자기 물건이라고 우긴다면 잠시 다른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아이에게 “너 도둑이야? 어디서 거짓말이야?”라고 몰아세우지 않도록 한다.

“너무 마음에 들면 갖고 싶어서 순간 자기거라고 하고 싶어져. 지금 나가서 돌려주고 사과하면 돼”라고 타이르고 아이가 스스로 물건을 돌려줄 수 있게 한다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할 때

만 5~6세가 되면 훔치기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일 훔친 게 사실이면 아이를 떠보며 추궁하지 말고, 엄마도 알고 있다고 알린 다음 어떻게 해결할지에 집중한다. 만일 훔친 것인지 판단이 정확히 서지 않으면 “엄마도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니 너도 생각해보고 엄마한테 이야기해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상황을 알아본다.

이때 엄마가 아이의 행동이 부끄러워 슬쩍 넘어가려고 하면 행동이 반복될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물건을 돌려주거나 사과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도록 한다. 다만 이때 아이를 도둑이라고 부르거나 지나치게 면박을 주지 않도록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 안에서 사고를 치는 게 아이들이다. 음식을 엎질러놓거나 물건을 망가뜨려놓고 “내가 안 했어”라고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사고 친 현장을 보면 엄마는 큰소리를 치기 쉽다.

이때 아이는 소리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한 일을 부인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너 아니면 누구야? 거짓말까지 해?”라며 거짓말에 매달리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저지른 일이 사실이라면 잘못이나 실수라는 점을 알리고, 함께 치울 수 있는 것이라면 정리를 돕도록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지 방법을 알려준다. 형제자매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라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상황을 정리한다. 어떤 경우든 엄마가 지나치게 화를 내면 아이는 두려움에 “나 아니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낼 수 있다

친구를 때리거나 욕하고 아니라고 할 때

야단치되 ‘나쁜 아이’로 취급하지는 말자. 아이가 상대를 때려놓고 발뺌하는 것은 혼날까봐 거짓말하는 자기 보호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때 계속 추궁해봤자 남 탓하기만 반복되고, 듣는 엄마는 더 화가 날 뿐이다.

그동안 이런 일이 많지 않았다면 먼저 아이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때린 것에 대한 잘못과 상대가 자극한 부분에 대해 짚어준다. 문제는 폭력이나 욕설이 계속 반복되고 거짓말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때 엄마도 속수무책인 기분에 빠질 수 있는데, “그래, 너 또 시작이지”, “뻔하지 뭐. 네가 그랬지?”라고 상습법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한다. 이때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다만 엄마는 정말 화가 나고 속상하다는 점,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 혼을 낸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다만 잦은 분노 폭발, 따지기, 규칙 어기기, 반항, 남 탓하기 등이 자주 나타나면 상담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아이가 때렸다고 할 때

친구들이 자기만 미워한다거나 맞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경우도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래서 당혹스러운 마음에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아이가 실제 친구들에게 미움 받거나 맞은 일이 없는 데도 이런 얘기를 한다면 아이의 연령이나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 4~5세 아이는 ‘남 탓’을 많이 한다. 또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싶은 아이라면 친구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덜 보일 때, 미움을 받는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주관적으로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친구들이 아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 뒤에 “그런데 어떤 때 친구들이 미워하는 것 같아?”, “○○이는 원래 목소리가 큰가? 아니면 너를 부를 때만 소리를 치는 건가?”라는 식의 질문으로 아이가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게 돕는다.

아이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계속 질문하기보다는 “○○이는 엄마가 봐도 목소리가 크고, 자꾸 뛰어다녀서 싸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더라”는 식으로 상대 아이의 성향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