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재미있는 일은 임신 8개월차에

저녁 외출이 있을 때 꼭 아픈 사람이 생긴다.

오랜만에 찾아온 저녁 외출 찬스! 일찍 들어와 아이를 돌보겠다는 남편 약속도 받아놨겠다, 오늘따라 피부 상태도 괜찮겠다, 엄마는 간만에 한껏 신이 난다.

엄마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와 24시간 씨름하는 엄마에게 잠깐의 저녁 외출은 그야말로 꿀 같은 휴식이 아닐 수 없을 터!

머리를 말리려는 찰나, 가족 중 한 명 혹은 가족 전체가 열이 나거나 토를 하거나 열이 나면서 토를 하기 시작한다. 온 가족이 엄마만 못 나가게 음모를 꾸미는 게 분명하다

출산을 코앞에 두고 온갖 걱정과 긴장과 공포에 짓눌려 있을 때, 단체 카톡방의 친구들부터 동네를 배회하는 멍멍이까지 세상은 나만 빼고 온통 신이 나 있다.

친구들의 단체 여행, 동기 모임 등등 재미있는 행사가 있는 날, 부른 배를 끌어안고 소외된 기분으로 소파에 앉아 쓸쓸히 TV를 시청한다. ‘어차피 나가봤자 술도 못 먹고 혼자 땀범벅이 돼서 취한 사람 시중이나 들어주고 돈은 돈대로 왕창 쓰고 올 테니, 나가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다행이야?’ 애처로운 자기 위안을 되풀이하며

사정이 있어 아이를 잠깐 돌봐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애가 어찌나 순한지, 정말 천사 같아요!” 네? 뭐라굽쇼??

듣는 엄마는 드디어 내 청력에 이상이 생겼구나 싶다. 유모차 타기 싫다며 빨대 컵을 길바닥에 내던지고 밥이 맛없다고 난리 난리 생난리를 치고 짜증 난다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아대던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기저귀 갈 때마다 고문이라도 받는 듯이 소리치고 발길질하며 거실 바닥에 온통 똥을 묻혀대던 그 아이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하필 꼴이 말이 아니고 아이들도 유난히 지저분하고 버릇없게 굴 때 예전에 알던 누군가와 마주친가. “으응, 우리 애들이야··· ···^^;”

이 법칙에 따르면 그 누군가가 옛 애인일 때, 엄마는 특별히 더 거지꼴을 하고 있다.

빗물에 불어터진 개밥처럼. 만약 장소가 슈퍼마켓이라면 당장 상추에 얼굴을 처박으라고 온몸의 세포가 외칠 것이다. 하지만 카트에 탄 아이 때문에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내지”라고 말한다. 속으로는 죽고 싶은 심정으로. 반면 신경 좀 쓴 날에는 과거의 누군가와 마주치는 일이 결코 안 생긴다

한 시간 동안 아이를 데리고 운전해야 할 때 엄마는 아이가 잠들어 조용히 라디오나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이는 내내 징징거리다 집에 도착하기 5분 전에 잠들어 조용해진다. 주차까지 마친 엄마는 조용히 음료수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타이밍 한번 끝내주네’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 아이들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침대에서 방방 뛰며 콧물이 나온다, 초콜릿이 먹고 싶다, 만화 봐도 되느냐 소리친다. 아이 봐줄 곳에 얼른 데려다줘야 하는 목요일 아침 6시. 알람이 아무리 울려도 아이들은 죽은 듯이 자고 있다. 대체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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