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상황에서 아이에게 ‘예쁜~’ 혹은 ‘미운~’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사용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바른 것을 쉽게 가르쳐주려는 의도인데, 전 가끔 이 말이 참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1 잘 못하면 미운 사람, 잘 하면 예쁜 사람?
유치원 체육시간에 아이가 원피스를 입고 왔어요. 선생님이 말합니다.
“오늘은 활동복 입고 오라고 했는데··· 그 옷은 미운 옷이에요. 다음에는 예쁜 옷 입고 오세요.” 아이가 뭔가에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면서 말해요. 엄마가 말합니다.
“어허~ 예쁘게 말하라고 했지? 그런 말은 미운 말이야.”

엘리베이터에 탄 아이가 재밍ㅆ는 듯 버튼을 층마다 누르네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있던 어른이 말합니다

아직 중요한 개념의 기초가 만들어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이런 말에 많이 노출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개념을 잘못 파악할 수도 있거든요. 나중에 이상한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상황1. 아이가 체육시간에 원피스를 입고 왔다면,
“운동을 할 때는 네가 움직이기도 편하고 다치지도 않기 위해서 ‘활동복’을 입는 거야. 다음에는 꼭 입고 오렴.” 라고 그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편이 좋아요.
상황2.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말한다면,
“소리 지르지 마라. 그냥 말해도 엄마가 들을 수 있어.” 내지는 “작게 말해.”라고 아이가 해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편이 낫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죄다 누른 아이에게는
“이거 눌러보고 싶은 마음은 아는데, 이렇게 다 눌러 놓으면 엘리베이터가 층마다 다 서야 하거든.
급한 사람은 ‘아 큰일이네 왜 안 올라오지?’할 수도 있어. 다시 한 번 눌러볼까? 이게 꺼질 수도 있거든. 네가 직접 꺼봐.“
아이가 다시 눌러서 끄면 “응, 아주 잘 했어.” 만약 안 꺼지면“오늘은 어쩔 수 없겠다. 잘 기억하렴.” 이렇게 말해줍니다

이럴 때, “너 누가 이런 나쁜 행동하래?”라고 혼내는 분들,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의 핵심이 ‘누가’가 돼요. 아이에게 해주는 말의 핵심은 우연의 일치로 어떤 사람이 아주 급할 때 난감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3 예쁘면 좋은 사람, 예쁘지 않으면 나쁜 사람?
어린 아이가 잘 모르고 한 행동에, 뭔가 좀 잘못한 것에 ‘미운 말’, ‘미운 행동’, ‘미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사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를 미워할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몇 년을 살지도 않은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사람이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그런 말은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큰 상처가 될 수 있어요

또한 ‘예브다’, ‘밉다’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들으면, 아이들은 보통 외모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외모가 예쁜 사람, 미운 사람으로 나누고, 그것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이 확 들어버려요.
세상을 외모적인 것으로만 보는 왜곡된 눈이 생길 수도 있어요. 때문에 이런 표현은 되도록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