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를 낳았는데 잃은 기분이 들었다.

열 시간 넘게 배 아파 낳았지만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통보다 더한 고통이 찾아왔다. 배 속의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며 무지막지하게 배를 눌러 댔다. 기절할 뻔 했다.

그 다음은 길고 긴 회음부 시술. 아이 나올 때 힘을 오래 줘서 많이 찢어졌다고 한다. 지루한 아픔이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흐느끼며 울었다.

휠체어에 실려 나오며 밖에 계신 부모님과 눈을 마주쳤지만 한 마디 나눌 힘이 없었다. 넋이 나간 채 입원실로 들어와 하의 탈의한 채, 침대 위에 웅크려 누웠다.
얼음찜질을 댄 회음부는 후끈거리고, 잠은 오지 않았다. 양수가 터져 병원에 온 순간부터 지금까지가 영상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일어난 모든 일이 믿기지 않았다. 차라리 꿈이라면

참을 수 없어 샤워 하러 들어갔다가 욕실 거울에 비친 몸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팡팡 발차기하던 생명을 품은 탱글탱글한 배는 사라졌고, 축 처진 바람 빠진 풍선이 있었다. 압도적인 상실감.
분명히 아기를 낳았는데 잃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낳은 지 만 삼 년이 지났다.

잊은 줄 알았건만 생생히 살아난다.

지나고 보니 알겠다. 아이를 낳으며 겪은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 되어, 키우는 내내 반복되었다. 오히려 증폭되었다.
분만실에서 혼자 잠든 남편은 집에 와서도 쿨쿨 잠들었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기다리던 지루하고 외롭던 시간은 수백일 동안 이어질 밤의 맛보기였다. 숭고함이나 감동 따윈 없이 너덜너덜했던 출산처럼, 키우는 내내 기진맥진해 아기 예쁜지 몰랐다.

배 속에 품던 충만함이 사라지고 허전함과 상실감이 압도했던 것 처럼 아이라는 큰 선물은 받았지만 잡히지 않은 공허함과 싸워야 했다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은 평등하지 않았다. 모조리 퍼 주어야 했다.